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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재수강 8주차 (중간고사): 그때 삽질하지 않았다면 첫사랑은 끝까지 잘 됐을까?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중간고사 문제: 종강날 밤의 그 오해가 없었다면 승민과 서연은 끝까지 잘 됐을까? 단답형 모범답안: 아니요. 서술형 모범답안: 이하 주저리 주저리 하나하나 에피소드를 뜯어놓고 보면 승민과 서연의 첫사랑 이야기는 정말 별것도 아닌데 많은 관객들에게 그 어떤 멜로 영화를 봤을 때보다도 더 슬프고 먹먹한 느낌을 준다. 이거보다 100배는 더 슬픈 첫사랑 이야기가 사방에 널려 있는데 말이다. 그 이유가 뭘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들 가운데 한가지는 이거다. 15년 뒤의 현실이 좃같기 때문(이거 영화 대사인거 다들 아시죠?)이다. 특히 이혼녀가 되어버린 서연은 더더욱. 승민과 서연의 첫사랑이 깨어..

건축학개론 재수강 7주차: 영화의 여백 채우기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건축학개론을 보면 허진호 감독의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면이 확실히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같은 사랑영화의 명작들을 만든 거장이다. 허진호 감독에 대해 많이 나오는 평들 가운데 하나는 동양화처럼 '여백'이 있는 영화를 잘 만든다는 것이다. 영화는 아름답게 찍는 양반이 생긴건 꼭 소도둑놈 같다는.... 건축학개론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이용주 씨도 자신은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확고하게 취향을 밝힌 바 있다. 이 양반도 영화는 아주 예쁘게 만들면서 생긴건 완전히 산적두목 스타일... 그래서 그런지 건축학개론도 여백이 많은 영화다. 여백이 많다보니 간결한 아름다움이..

건축학개론 재수강 6주차: 특정하기 어려운 애매한 배경 연도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영화 건축학개론의 공식적인 배경은 과거 부분이 96년이고 현재 부분이 2011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19964150 이승민 96년 공과대라고 쓰여있는 플래카드 건축학개론이 크게 히트하면서, 영화의 배경인 90년대(중반)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90년대를 회고하는 영화라는 둥, 90년대를 주도했던 X세대를 위한 영화라는 둥, 90년대에 불거진 계층 갈등을 묘사한 거라는 둥.... 내가 보기에는 모두 하나같이 씨알머리도 안 먹히는 개소리들이다. -_-;;; 이용주 감독이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건축학개론의 원작 시나리오를 처음 쓴 것은 2003년 이었는데 과거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