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강하는 건축학개론

건축학개론 재수강 9주차: 건축학개론의 장르는 호러물?

1andau 2012. 5. 27. 18:02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보면 이 영화는 무섭다.'

-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인용

 

건축학개론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멜로영화다.
사람에 따라서는 로맨스영화라고도 하는데 결국은 비슷한 말일 뿐이며,
우리말로 쓰자면 사랑영화다.
인터넷에 보면 어떤 분이 로맨스영화와 멜로영화의 차이를 자세히 기술하고
건축학개론은 로맨스 장르가 아니라 멜로영화라고 논증해 놓으신 글이 있는데
내가 전문적인 영화평론가도 아니니 그렇게까지 엄밀할 필요는 없지 싶다.

 

 

 

이 영화의 장르에 관하여,
건축학개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만한 이야기 하나는
건축학개론이 사실은 공포영화/호러물이라는 농담이다.

이용주 감독의 데뷔작이 '불신지옥'이라는 공포물이라서 이런 농담이 연상되었을 거라고 짐작되는데,
건축학개론이 호러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렇다.

 

 


건축학개론을 관람하고 충격먹은 남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무서운 공포영화를 본 후에 관객에게 나타나는 반응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밤에 잠을 자다가 첫사랑 그녀가 꿈에 나타나고
그녀에게 잘못했던 일이나 못 되게 굴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식은 땀을 흘리며 잠꼬대를 하거나 비명을 지르면서 깨어나게 된다는 거다.
내가 건축학개론에 열광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로 이런 반응을 보였던 남자들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굉장히 그럴듯한 농담이라는 생각은 든다.

 

내가 건축학개론이 공포물이라는 농담에 공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얼마 전에, 건축학개론을 보고 오랜만에 첫사랑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기억에서 깨어나 내 옆의 아내 얼굴을 보았던 순간!!!
아내의 외모가 첫사랑 그녀와 상당히 닮았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으면서
전신에 소름이 좌악~ 끼치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했다. -0-;;;   ㅎㄷㄷㄷㄷ...

 

 

헉... 이제 봤더니 둘이 비슷한 타입의 얼굴이었네?

(오해받을까봐 하는 말인데, 손예진은 내 아내도 내 첫사랑도 닮지 않았다.)

 

원래부터 그런 타입의 외모를 좋아했었기 때문에
그녀가 내 첫사랑이 되었고, 내가 지금 아내와 결혼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첫사랑의 외모와 닮았기 때문에
내가 잠재의식 속에서 아내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두 사람이 닮은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그 동안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건축학개론을 보고 나서야 아내와 첫사랑 그녀가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 놀라움의 크기는 결코 어지간한 호러물 못지 않았다.

 

 

 

잊지 못할 첫사랑이 남자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역시 엄청나다.
그 위대한 첫사랑영화 '러브레터'에서도
후지이 이츠키(남자)가 와타나베 히로코에게 첫 눈에 반한 이유가
그의 첫사랑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암시되고 있지 않은가.

와타나베 히로코의 대사가 생각난다.
'(나를 선택한 이유가 첫사랑을) 닮아서라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요.'

 

 


맙소사, 내 첫사랑과 아내가 비슷한 인상이라는 이야기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절대 말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