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강하는 건축학개론 17

건축학개론 재수강 온라인 종강 뒷풀이: 나의 첫사랑 이야기

(이 글은 영화 건축학개론에 대한 리뷰가 아니고 저의 개인적인 추억담입니다. 건축학개론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으므로 영화에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읽으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재수강 강의록과는 달리 영화 장면 캡춰 사진도 없습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는 있습니다.) 영화 속의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종강날 뒷풀이 술자리가 없었다면 서연과 승민의 그 가슴 아픈 오해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담당하는 XX학개론 과목에서는 종강날 뒷풀이 술자리가 열렸던 적이 없지만, 건축학개론 재수강 강의록 한학기 분량을 모두 마치고 나니 온라인으로나마 종강 뒷풀이 술자리를 한번 마련해 보고픈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런 뒷풀이 자리를 따로 만들게 된 이유는,..

건축학개론 재수강 16주차 (기말고사):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것이 좋을까?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기말고사 문제: 첫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만나는 것이 좋을까? 단답형 모범답안: 아니요. 서술형 모범답안: 이하 주저리 주저리 이번 기말고사 문제는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아주 쉬운 문제에 속한다. 첫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조차 헤어진 첫사랑이나 옛사랑은 다시 만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이야기나 조언들이 워낙 많이 돌아다니니까. 첫사랑을 다시 만나지 말라는 조언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기억 속에 미화되었던 첫사랑 그녀 또는 그놈(?)의 환상이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났을 때의 실망 때문에 깨져 버린다는 것이다...

건축학개론 재수강 15주차: 당신들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판타지라 우기지 마라.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건축학개론의 과거 부분은 일화들이 잔잔해서 얼핏 보면 아주 평범한 영화처럼 보이기 쉽다. 일전에 언급했던 동양화처럼 여백이 많은 영화라는 특징과 일맥상통 하는데, 다른 사랑영화들에 비해 극적인 장면이 많지 않고 현실적이며 흔한 에피소드 여러개를 담백하게 연결해 놓았을 뿐이다. 그 나머지 여백은 관객이 자신의 경험과 상상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건축학개론은 관객 본인이 살아온 인생에 따라 평이 달라지는 영화'라는 재미있는 리뷰도 있다. 각자의 살아온 인생의 경험에 따라 천차만별의 영화감상평이 등장하게 된다는 거다. 활짝 피어나기 직전에 무너져 버린 첫사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호러영화에 ..

건축학개론 재수강 14주차: 개인적인 감상문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내가 여러번 반복해서 내 돈 주고 극장가서 관람했던 영화는 딱 3개 뿐이다. 제일 최근 것은 당연히 10번이나 관람한 '건축학개론'이고, 30대 시절에 그랬던 영화는 4번이나 관람했던 '클래식'이며, 20대 시절에 그랬던 영화는 3번 반복 감상했던 '작은 신의 아이들(Children of a Lesser God)'이다. (양다리 걸치느라 이 여자와도 함께 보고 저 여자와도 함께 보는 바람에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반복해서 보게 되었던 영화는 제외하자. -_-;;;; 안 본 척하느라 진땀났던 기억은 남아 있지만 정작 그 영화가 뭐였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은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

건축학개론 재수강 13주차: 내가 이 영화에 공명했던 이유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건축학개론에 공감하지 못하는 어떤 사람들은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마치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생각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묻기도 한다. 내 생각에 건축학개론이 많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인 듯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과거의 첫사랑 부분에서 누구에게나 있었음직하게 보편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 경험에 따라서는 건축학개론이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지를 아래에 인용하는 어느 여성분의 리뷰가 잘 보여주고 있다. " 꺼져줄래 라고 한마디 툭 던지고 뒤돌아보지 않은 채 지나가는 승민의 뒷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 역시 같은 말을 ..

건축학개론 재수강 12주차: 건축학개론의 현재 부분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어느 시대에나 첫사랑에 대한 영화나 소설은 항상 있어 왔다. 나는 박사과정까지 공부하느라 대학을 무려 11년이나 다녔는데 그 기간동안 제법 유명했던 첫사랑 이야기들을 꼽아보자면 앞서 언급했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물론이고 '기쁜 우리 젊은 날', '첫사랑' 등등 꽤 여러 편이 기억난다. 기쁜 우리 젊은 날 (1987) 건축학개론의 제작자인 심재명 대표께서 이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신다고 한다. 첫사랑 (1993) 2000년대 초반이 되면 아직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첫사랑 영화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클래식'과 '번지점프를 하다'가 나온다. 번지점프를 하다 (20..

건축학개론 재수강 11주차: 남자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건축학개론의 메인 선전 카피다. 이 영화와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미국 영화 '500일의 썸머'의 메인 카피인 '우리는 모두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를 베낀 거라는 설도 있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인상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을 보면 꽤나 잘 쓰여진 카피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여자들) 모두는 누군가의 썅년이었다'는 패러디까지 나온걸 보면 더욱 그렇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저 카피가 말이 안 된다는 현실은 누구나 알게될 거다. 누군가는 여러 사람에게 첫사랑이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아무에게도 첫사랑이 아니었다는게 현실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있..

건축학개론 재수강 10주차: 건축학개론의 빛나는 별, 배수지 - 배우와 캐릭터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이 영화의 주요 배우들을 꼽으라면 당연히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배)수지, 그리고 조정석(납득이)일 것이다. 내 생각에 엄태웅은 딱 필요한 만큼 연기를 해낸 것 같다. 마침 작년 가을에 히트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건축학개론에서의 역할과도 잘 연결됐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라노에서 엄태웅이 자기 잘못을 여자에게 뒤집어 씌우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두 영화를 모두 관람한 일부 관객들에게 '잘못은 승민 자신이 저질러 놓고 죄는 서연에게 뒤집어 씌운다'는 오해를 더욱 증폭시키는 부작용도 있었던 것 같다. 잘못은 남자가 하고 ..

건축학개론 재수강 9주차: 건축학개론의 장르는 호러물?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보면 이 영화는 무섭다.' -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인용 건축학개론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멜로영화다. 사람에 따라서는 로맨스영화라고도 하는데 결국은 비슷한 말일 뿐이며, 우리말로 쓰자면 사랑영화다. 인터넷에 보면 어떤 분이 로맨스영화와 멜로영화의 차이를 자세히 기술하고 건축학개론은 로맨스 장르가 아니라 멜로영화라고 논증해 놓으신 글이 있는데 내가 전문적인 영화평론가도 아니니 그렇게까지 엄밀할 필요는 없지 싶다. 이 영화의 장르에 관하여, 건축학개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만한 이야기 하나는 건축학개론이 사실은 공포영화/호러물이라는 농담이다. 이용주 감독의 데뷔작이..

건축학개론 재수강 8주차 (중간고사): 그때 삽질하지 않았다면 첫사랑은 끝까지 잘 됐을까?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중간고사 문제: 종강날 밤의 그 오해가 없었다면 승민과 서연은 끝까지 잘 됐을까? 단답형 모범답안: 아니요. 서술형 모범답안: 이하 주저리 주저리 하나하나 에피소드를 뜯어놓고 보면 승민과 서연의 첫사랑 이야기는 정말 별것도 아닌데 많은 관객들에게 그 어떤 멜로 영화를 봤을 때보다도 더 슬프고 먹먹한 느낌을 준다. 이거보다 100배는 더 슬픈 첫사랑 이야기가 사방에 널려 있는데 말이다. 그 이유가 뭘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들 가운데 한가지는 이거다. 15년 뒤의 현실이 좃같기 때문(이거 영화 대사인거 다들 아시죠?)이다. 특히 이혼녀가 되어버린 서연은 더더욱. 승민과 서연의 첫사랑이 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