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 10

건축학개론 재수강 10주차: 건축학개론의 빛나는 별, 배수지 - 배우와 캐릭터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이 영화의 주요 배우들을 꼽으라면 당연히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배)수지, 그리고 조정석(납득이)일 것이다. 내 생각에 엄태웅은 딱 필요한 만큼 연기를 해낸 것 같다. 마침 작년 가을에 히트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건축학개론에서의 역할과도 잘 연결됐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라노에서 엄태웅이 자기 잘못을 여자에게 뒤집어 씌우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두 영화를 모두 관람한 일부 관객들에게 '잘못은 승민 자신이 저질러 놓고 죄는 서연에게 뒤집어 씌운다'는 오해를 더욱 증폭시키는 부작용도 있었던 것 같다. 잘못은 남자가 하고 ..

건축학개론 재수강 9주차: 건축학개론의 장르는 호러물?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어떻게보면 이 영화는 무섭다.' -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인용 건축학개론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멜로영화다. 사람에 따라서는 로맨스영화라고도 하는데 결국은 비슷한 말일 뿐이며, 우리말로 쓰자면 사랑영화다. 인터넷에 보면 어떤 분이 로맨스영화와 멜로영화의 차이를 자세히 기술하고 건축학개론은 로맨스 장르가 아니라 멜로영화라고 논증해 놓으신 글이 있는데 내가 전문적인 영화평론가도 아니니 그렇게까지 엄밀할 필요는 없지 싶다. 이 영화의 장르에 관하여, 건축학개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만한 이야기 하나는 건축학개론이 사실은 공포영화/호러물이라는 농담이다. 이용주 감독의 데뷔작이..

건축학개론 재수강 8주차 (중간고사): 그때 삽질하지 않았다면 첫사랑은 끝까지 잘 됐을까?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중간고사 문제: 종강날 밤의 그 오해가 없었다면 승민과 서연은 끝까지 잘 됐을까? 단답형 모범답안: 아니요. 서술형 모범답안: 이하 주저리 주저리 하나하나 에피소드를 뜯어놓고 보면 승민과 서연의 첫사랑 이야기는 정말 별것도 아닌데 많은 관객들에게 그 어떤 멜로 영화를 봤을 때보다도 더 슬프고 먹먹한 느낌을 준다. 이거보다 100배는 더 슬픈 첫사랑 이야기가 사방에 널려 있는데 말이다. 그 이유가 뭘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들 가운데 한가지는 이거다. 15년 뒤의 현실이 좃같기 때문(이거 영화 대사인거 다들 아시죠?)이다. 특히 이혼녀가 되어버린 서연은 더더욱. 승민과 서연의 첫사랑이 깨어..

건축학개론 재수강 7주차: 영화의 여백 채우기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건축학개론을 보면 허진호 감독의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면이 확실히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같은 사랑영화의 명작들을 만든 거장이다. 허진호 감독에 대해 많이 나오는 평들 가운데 하나는 동양화처럼 '여백'이 있는 영화를 잘 만든다는 것이다. 영화는 아름답게 찍는 양반이 생긴건 꼭 소도둑놈 같다는.... 건축학개론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이용주 씨도 자신은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확고하게 취향을 밝힌 바 있다. 이 양반도 영화는 아주 예쁘게 만들면서 생긴건 완전히 산적두목 스타일... 그래서 그런지 건축학개론도 여백이 많은 영화다. 여백이 많다보니 간결한 아름다움이..

건축학개론 재수강 6주차: 특정하기 어려운 애매한 배경 연도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영화 건축학개론의 공식적인 배경은 과거 부분이 96년이고 현재 부분이 2011년이라고 알려져 있다. 19964150 이승민 96년 공과대라고 쓰여있는 플래카드 건축학개론이 크게 히트하면서, 영화의 배경인 90년대(중반)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90년대를 회고하는 영화라는 둥, 90년대를 주도했던 X세대를 위한 영화라는 둥, 90년대에 불거진 계층 갈등을 묘사한 거라는 둥.... 내가 보기에는 모두 하나같이 씨알머리도 안 먹히는 개소리들이다. -_-;;; 이용주 감독이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건축학개론의 원작 시나리오를 처음 쓴 것은 2003년 이었는데 과거 부..

건축학개론 재수강 5주차: 건축학개론의 오해 (4) - 그건 범죄야, 범죄!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건축학개론에 관한 어느 인터넷 댓글에 보면 영화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누구인가를 가지고 벌어진 토론을 볼 수 있다. 물론 원래 주제는 승민과 서연 가운데 누가 더 불쌍하냐 였지만 코믹하게도 결론은 서연이 정착한 제주도 위미리의 정아 피아노학원 원장이 영화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고 나버렸다. 이유인 즉슨, 그 조그만 마을에 피아노학원이 또 하나 생긴데다가 경쟁학원 원장은 서울의 빠방한 명문음대 졸업생이니 경쟁이 되겠냐는 것이다. 더구나 새롭게 생기는 경쟁학원 원장은 왕년의 정아 피아노 학원 수강생. 배은망덕도 이런 배은망덕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각색되기 이전 건축학개론의 원작 시..

건축학개론 재수강 4주차: 건축학개론의 오해 (3) - 남녀간의 의사소통 문제

.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남자와 여자의 의사소통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 유명한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번역된 이후로 남자와 여자가 똑같은 한국어를 말하고 있더라도 그 의미나 속마음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지만, 그걸 실전에 제대로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남녀간의 화법 차이에 대한 유명한 예가 바로 '밥 한번 살께'이다. 남자들끼리 '언젠가 내가 밥 한번 살께.'라고 말하는 것은 그저 의례적인 인사말에 불과하다. 남자들 사이에서 '너 전에 밥산다고 그랬잖아'라고 따지면 이상한 놈 취급받는다. 남자들이 가장 황당해 하는 여자들의 행동 가운데 하나는 ..

건축학개론 재수강 3주차: 건축학개론의 오해 (2) - '썅년!'과 '꺼져줄래?'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그때 그 시절 1학년 남학생을 대변하는 캐릭터인 승민이 여성 관객들에게 바가지로 욕을 먹고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꺼져줄래?'와 '썅년'이라는 발언 때문이다. 이제 좀 꺼져줄래? 2주차 강의에서 잘못된 영화 읽기임을 이미 설명했지만, 종강날 밤의 그 사건이 전적으로 승민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승민을 '애인이 성폭행 당하는데 이해못할 이유로 그걸 막아주지 못하고 도망간 놈'으로 간주해 버리면, 잘못은 지가 저지른 주제에 아무 죄도 없는 서연에게 '꺼져줄래?'라고 모진 말을 내뱉고 15년 뒤까지 '썅년'이라고 욕하는 승민은 정말 구제할 수 없는 나쁜 캐릭터가 되..

건축학개론 재수강 2주차: 건축학개론의 오해 (1) - 문제의 그 종강날 밤

(주의사항: 이 글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대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절대로 읽지 마십시요.) 승민과 서연 사이에 결정적인 오해가 생겨났던 문제의 그 종강날 밤 사건을 해석하면서 승민의 행동을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 그에 대한 비난을 잔뜩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승민이 정말로 서연을 사랑했다면 저 장면에서 뛰어나가 강남선배를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위와 같은 생각에 바탕해서, 승민은 자기 여자도 보호해 주지 못하는 비겁한 놈, 찌질한 놈, 옹졸한 놈, 겁쟁이, 못난 놈 등등등... 남자가 여자에게 들을 수 있는 온갖 욕이란 욕은 다 얻어 먹고 있다. 나는 승민의 행동에 대한 이런 해석과 비난들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래에 설명하듯이 그날밤 승민은 강남선..

건축학개론 재수강 1주차: 학과목 소개와 강의 계획서

건축학개론을 다시 재수강하기 위해 이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현재 모 대학 모 학과에서 학생들에게 XX학개론을 가르치고 있는 김 모 교수입니다. 블로그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던 시절에도 개인 블로그 하나 개설하지 않았던 제가 '건축학개론 재수강 - 자세히 다시 배우는 영화 건축학개론' 이라는 제목으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대학 강의 한 학기를 흉내 내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저는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보고 또 보고 무려 10번을 꽉 꽉 채워 내 돈 내고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의 감동을 글로 남겨서 그 느낌을 오랫동안 간직하고자 하는 것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영화와 관련된 인터넷 기사나 리뷰들을 찾아서 읽다보니, (사실 이건 이 영화..